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최대 10억 달러 규모로 손잡고 배그 가상 전장을 군사 AI 훈련 시뮬레이터로 전환한다. 리니지 개발사 NC소프트의 NC AI도 현대로템과 국방과학기술진흥원 과제로 전장 로봇의 두뇌인 월드 모델을 개발한다. 게임 개발로 쌓은 3D 가상 환경·합성 데이터·강화학습 기술이 피지컬 AI로 확장되는 배경과 원리, 시뮬-투-리얼 전이, 그리고 게임 개발자가 로보틱스 커리어로 넘어가는 경로까지 정리했다.
배틀그라운드(PUBG) 제작사 크래프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손잡고 최대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를 투자한다. 목적은 AI 무기 훈련 플랫폼이다. 배그의 광활한 가상 전장 환경을 군사 AI 훈련·테스트 시뮬레이터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리니지 개발사인 NC소프트의 AI 계열사 NC AI도 현대로템과 함께 국방과학기술진흥원(ADD) 국책과제에 선정됐다. 전장 무인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피지컬 AI 월드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게임 개발로 쌓은 3D 가상 환경·합성 데이터 기술을 군사 시뮬레이터에 적용한다. 게임 AI가 군사 로봇으로 확장되는 흐름의 배경, 기술 원리, 개발자가 주목해야 할 변화를 다룬다.
크래프톤·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파트너십 — 배그로 무기 AI를 훈련한다
2026년 3월 크래프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크래프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AI·로보틱스·국방 사업에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구조다.
핵심 기술 협력의 방향은 명확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가상 전장 환경을 AI 기반 무기 시스템의 훈련·테스트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배그에 구현된 드넓은 지형, 다양한 날씨·시간대, 차량·총기·물리 엔진 등이 군사 AI를 현실에 배포하기 전 가상으로 검증하는 시뮬레이터가 된다.
양사의 비전은 미국 국방 AI 기업 앤듀릴(Anduril Industries)과 유사한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앤듀릴은 팔란티어(Palantir) 공동 창업자 팔머 럭키(Palmer Luckey)가 만든 방산 AI 스타트업으로, 소프트웨어와 드론·로봇을 결합한 차세대 방산 기업의 대표 사례다.
ⓒ 크래프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NC AI·현대로템 국책과제 — 전장 로봇 두뇌 '월드 모델' 개발
NC AI와 현대로템은 국방과학기술진흥원(ADD)의 '피지컬 AI 기반 통합 시뮬레이터 및 모듈형 로봇 시스템' 국책과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NC AI가 맡은 핵심 역할은 월드 모델(World Model) 개발이다.
월드 모델은 AI가 물리 법칙과 환경 변화를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하는 기반 기술이다. 로봇이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것을 실제 전장 환경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전 가능성(sim-to-real transfer)'의 핵심이다.
NC AI의 기술적 강점이 여기에 적용된다. 리니지·블레이드&소울 등 대규모 MMORPG를 개발하며 쌓은 3D 가상 환경 생성 기술, 수억 명 플레이어 데이터를 처리한 경험, AI NPC(비플레이어 캐릭터) 행동 학습 노하우가 군사 환경 합성 데이터 생성에 직접 활용된다.
2026년 3월 NC AI는 자사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이 글로벌 최고 성능 모델과 동등한 성능을 GPU 자원 25%만 사용해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이미지를 먼저 생성한 후 로봇 행동을 유도하는 대신, 잠재 공간(latent space)에서 직접 행동을 도출하는 아키텍처를 적용한 결과다.
피지컬 AI란 무엇인가 — 가상 학습이 실세계로 이전되는 원리
피지컬 AI(Physical AI)는 텍스트·이미지가 아닌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 시스템을 가리킨다. 로봇팔, 자율주행차, 드론, 무인 지상 로봇이 대표 사례다. 엔비디아(NVIDIA)가 NVIDIA GTC 2026에서 강조한 'Physical AI'와 같은 개념이다.
피지컬 AI의 핵심 과제는 시뮬-투-리얼(Sim-to-Real) 전이다. 가상 환경에서 수백만 시간 학습한 AI 에이전트가 실제 물리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해야 한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현실 세계의 물리적 노이즈, 센서 오차,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가상 환경과 다르기 때문이다.
게임 엔진이 이 문제의 해답으로 부상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유니티(Unity) 등 게임 엔진은 수십 년에 걸쳐 현실과 유사한 물리 시뮬레이션을 구현해왔다. 빛의 반사, 중력, 마찰, 충돌 처리 — 이 물리 엔진 기반 가상 환경에서 로봇을 학습시키면 현실로의 이전 비용이 낮아진다.
ⓒ NC AI / Hyundai Rotem
게임 AI가 군사 로봇에 유리한 이유 — 합성 데이터와 대규모 시뮬레이션
게임사가 군사 로봇 AI에서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세 가지다.
① 합성 데이터 생성 능력: 군사 환경 데이터는 보안·안전·비용 문제로 실제 수집이 극히 어렵다. 게임사는 가상 전장 환경을 무한히 생성해 다양한 지형·기상·상황의 훈련 데이터를 자동 생성할 수 있다. 크래프톤의 배그 맵, NC의 MMORPG 대규모 지형 생성 기술이 이 역할을 한다.
② 대규모 병렬 시뮬레이션: 게임사는 수천만 명이 동시 접속하는 서버를 운용한 경험이 있다. 이 분산 컴퓨팅 노하우를 활용하면 수천 개의 가상 로봇 에이전트를 동시에 병렬 학습시킬 수 있다. 강화학습(RL)에서 샘플 수는 성능에 직결된다.
③ NPC 행동 AI 축적: 게임사는 비플레이어 캐릭터(NPC)가 환경에 적응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AI를 수십 년 동안 개발했다. 전장 로봇이 장애물을 회피하고, 위협을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행동 패턴이 NPC AI 연구와 크게 겹친다.
앤듀릴과의 비교 — 소프트웨어 기반 방산의 모델
크래프톤·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벤치마킹하는 앤듀릴(Anduril Industries)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직접 통합하는 미국 방산 AI 스타트업이다.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공동 창업자 팔머 럭키가 2017년 설립했으며, 자율 드론, 방어 시스템, 전장 감시 플랫폼을 개발한다.
앤듀릴의 핵심 경쟁력은 기존 방산 기업(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등)과 달리 소프트웨어 우선 접근이다. 전통 방산은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소프트웨어를 나중에 붙이는 반면, 앤듀릴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아우레리우스·Lattice OS)을 먼저 설계하고 여기에 맞는 하드웨어를 만든다.
크래프톤(소프트웨어·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하드웨어·방산)의 결합이 이 모델과 유사하다. NC AI(소프트웨어·월드 모델)와 현대로템(지상 로봇 하드웨어)의 조합도 같은 패턴이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개발자가 봐야 할 변화 — 게임 엔진, 피지컬 AI, 새로운 커리어 경로
게임 AI의 군사·로보틱스 확장이 개발자에게 미치는 실질적 변화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① 게임 엔진 경험이 로보틱스 커리어로 연결된다: 언리얼 엔진, 유니티, 엔비디아 아이작(Isaac) 시뮬레이터의 물리 환경 구성 경험이 로봇 시뮬레이터 개발 직무에 직접 연결된다. 시뮬-투-리얼 파이프라인 구축, 도메인 랜덤화(Domain Randomization) 구현이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
② 강화학습·월드 모델 연구 수요가 늘어난다: NC AI의 월드 모델처럼 환경을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기반 모델 연구가 중요해진다. 게임 AI에서 강화학습을 다뤄본 경험이 로봇·방산 AI 분야로 이어지는 통로가 생긴다.
③ 합성 데이터 파이프라인 전문가 수요 급증: 실제 수집이 어려운 군사·의료·제조 환경 데이터를 가상으로 생성하는 합성 데이터 파이프라인 전문성이 핵심 역량이 된다. 게임사가 쌓아온 레벨 에디터, 3D 자산 생성, 절차적 생성(Procedural Generation) 기술이 이 분야의 기반이다.
크래프톤의 핵심 자산은 배그라는 전 세계적 히트 게임이지만, 게임 산업은 성장 한계가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게임 AI와 시뮬레이션 기술을 피지컬 AI 분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가상 전장 환경은 군사 AI 훈련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며, 이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인프라와 결합하면 앤듀릴 같은 국방 AI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시뮬-투-리얼(Sim-to-Real) 전이가 왜 어려운가요?
가상 환경은 물리 엔진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이상적인 조건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는 센서 노이즈, 빛 변화, 예측 불가능한 물체, 마찰 불균형 등이 존재합니다. AI가 가상에서 학습한 패턴이 현실 조건에서 오작동하는 것을 'Reality Gap'이라고 합니다. 이를 줄이려면 도메인 랜덤화(학습 환경에 의도적으로 다양한 변이를 주는 기법), 현실적인 물리 시뮬레이터, 현실 데이터로의 파인튜닝이 필요합니다.
NC AI가 개발하는 '월드 모델'이 ChatGPT 같은 언어 모델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챗지피티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은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성합니다. 월드 모델은 물리적 환경의 상태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입니다. '이 로봇이 이 방향으로 이동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월드 모델의 역할입니다. 로봇이 행동을 실행하기 전에 내부에서 미리 결과를 예측하고 최적 행동을 선택하는 데 사용합니다. 구글 딥마인드, 메타, 얀 르쿤 교수도 월드 모델을 AGI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게임 기술로 만든 군사 AI는 실제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요?
아직 검증 단계입니다. 크래프톤·한화, NC AI·현대로템 모두 현재 연구개발 및 국책과제 단계로, 실전 배치된 사례가 아닙니다. 게임 기반 합성 데이터로 훈련한 AI가 실제 전장 환경에서 예측한 대로 작동하는지는 수년간의 현실 검증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도 앤듀릴 같은 기업의 드론 방어 시스템이 실전 배치 승인까지 수년이 걸린 사례가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개발자로 일하려면 어떤 기술을 쌓아야 하나요?
피지컬 AI·로보틱스 분야로 진입하려면 다음 기술 스택이 유용합니다. 강화학습(RL) 기초 — OpenAI 짐(Gym), Isaac Gym 실습. 시뮬레이터 경험 — NVIDIA Isaac, 유니티 ML-Agents, 언리얼 엔진 물리 시뮬레이션. 도메인 랜덤화 및 합성 데이터 파이프라인. ROS 2(로봇 운영 체제) 기초. 게임 개발 배경이 있다면 언리얼·유니티 경험을 시뮬레이터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경로입니다.
한국 게임사만의 방산 진출인가요, 글로벌 트렌드인가요?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기술 제공)·에픽게임즈(언리얼 엔진)·엔비디아가 이미 미 국방부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앤듀릴, 실드AI(Shield AI) 같은 스타트업이 소프트웨어 우선 방산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크래프톤·NC AI가 선도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게임·AI 기업의 방산 진출이 가속되고 있습니다.